담석증 증세를 처음 인식한 것은 5월 초쯤이었다. 그 당시에는 전혀 담석증이나 담관 결석과 관련된 통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입원 후의 일을 생각하면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 오른쪽 위 배 쪽이 숨을 쉴 때마다 팽창하고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호흡할 때 통증이 있어서 호흡기나 횡격막 문제인 줄 알았다. 명치 오른쪽부터 옆구리 등 모든 부분이 아팠다. 약 4시간이 지나 통증이 가라앉았다. 신랑은 아기가 눌렀기 때문일 수 있다며 위로만 해줄 뿐 여러 곳의 주변 응급실에 전화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너무 거절당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다음 산부인과 진료 때 그런 불편한 증상에 대해 호소했더니 드문 경우로 담낭 쪽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며 다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내과 협진을 해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그로부터 열흘이 지나 오른쪽 상복부 통증이 재발했다. 일단 병원에 와보라고 했던 산부인과 담당 선생님 말씀이 생각나서 일단 제가 다니는 병원을 내원했는데 저녁시간이라 선생님이 안계셨다….(´;ω; 一応)
서둘러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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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 후 응급실에 기다렸다는 듯이 들어갔다. 등을 벌리지 못해 병원에 가는 동안 통증이 더 심해졌다. 사람이 이렇게 아플 수 있나 싶었고, 내가 너무 힘들어하는데 말론에게 영향은 없을까 너무 무서웠다. 내 증상을 본 응급실 선생님은 담낭염을 의심했고 임산부라서 CT는 찍지 못하고 MRI 촬영을 했다.
MRI에는 예상대로 담낭에 꽤 많은 돌이 있고 크기도 상당히 크며 담관 쪽에도 작은 돌이 있다고 했다. 자정 무렵 MRI 촬영을 한 뒤 진통제만 맞았다.다행히(?) 5월 13일 17시부터 금식한 덕분에 어떤 검사나 시술도 가능한 상태이며 월요일 오전에 MRI 기록을 보고 가능하면 응급시술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고 입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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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이 너무 낮아 영양제에 많은 수액을 묻혔다. 회진 시간에 오신 교수님은 아주 친절하게 제가 받는 시술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형태도 시술을 하게 된다고도 말씀해 주셨다.내가 받는 시술은 ERCP라고 했다. 담낭에 있는 돌을 빼내는 것이 아니라 일단 담관을 막고 있는 돌과 담즙을 치우고 길을 터주겠다고 하셨다. 입으로 관을 넣고 내시경을 하고 시술을 하고 마지막에 담관에 스텐트를 삽입한다고 하셨다. 담관을 막고 있는 이물질을 방치하면 간 수치가 높아져 오히려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그리고 스텐트는 보통 한 달 안에 뽑는데 나는 출산을 위해 출산 이후 제거하고 경과를 보면서 6개월 정도 후에는 담낭 절제술을 할 것을 권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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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얀 우유 수액은 24시간이 되면 교환해 준다. 변질 우려 때문이라고. 가뜩이나 창가라 햇빛을 그대로 받아 조금 기분 나빴지만 교체해주니 마음은 편했다. 단지, 작은 용량으로 싸게 공급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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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다양한 수액을 경험한 것 같다.수액을 묻히거나 교체할 때마다 설명해 주었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일요일에 입원실에 올라가 5월 16일 새벽에 혈액검사를 했다. 대학병원은 새벽 5시가 되기 전에 하루가 시작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오전 5시도 안 되는 시간에 피를 뽑는데 그래야 교수가 회진을 도는 시간인 8~9시 이전에 혈액검사 결과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피검사 결과는 역시 간 수치가 높았기 때문에 16일에 바로 응급시술(ERCP)을 하자고 하셨다. 9시가 되기 전 교수님을 뵈었는데 9시 30분이 넘어서 엄마가 상황을 설명하고 시술 나가자고 해서 바로 내렸다.
ERCP 시술은 내시경실에서 진행됐으며 시술에 X선 촬영이 필요했기 때문에 누운 상태에서 위에 납덩어리로 된 커버를 올려놓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마취는 최소화하고 진행한다고 설명해주시고, 아기에게 무리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시술을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켜주셨다. 교수님의 배려가 느껴져 안심하고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그리고 바로 잤다.
문제는 시술 후반에 내가 알아차렸다는 것이다.생각보다 굵은 관이 내 몸에 들어있는 것에 너무 눌렸어. 그리고 그런 게 목에 걸려 있기 때문에 당연히 구역질이 났다. 안에서 한 번 울렁거리거나 목에서 한 번 울렁거리지만 간호사 분이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힘 빼세요~ 힘들어지면 나중에 아파요~ 하면서 계속 위로해줬다.
힘을 실어주고자 최대한 마인드 컨트롤 하는 동안 무사히 시술이 끝났다. 마지막으로 관을 뺄 때는 침이 줄줄 흐르고…닦아준다고 닦아줬지만 이틀 동안 제대로 씻지 못한 덕분에 떡이 묻어 아주 개운치 않은 상태로 병실로 옮겨졌다. 그럼에도 시술이라 그런지 특별히 회복이 필요한 상태이거나 하지 않아 곧바로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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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퇴원하면서 받은 진료기록부에 자신의 시술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자세히 기재돼 있었다. 내가 다니던 산부인과와 보험실비 청구 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발급받았는데 받아두길 잘한 것 같다.통상 ECRP 후에 하루, 이틀이면 퇴원하기도 한다는데 저는 임산부이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두고 간 수치 등을 지켜보다 퇴원한다고 오후 회진에서 설명해주셨다.
시술하고 나서는 점심부터 죽을 먹을 수 있었다. 41시간인가 43시간 만에 뭔가를 먹는데 감개무량. 오랫동안 밥을 먹지 못해 말론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혹시 또 언제 밥을 먹지 못하게 될지 몰라 배가 어느 정도 불렀음에도 남김없이 다 먹었다. 밥을 다 먹고도 혈당이 낮아 사탕까지 받아 먹었다.
대학병원은 밥이 맛이 없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밥이 잘 나오고 먹을 가치도 있었다. 죽이 반씩 두 종류 나왔고 반찬도 여러 가지가 나왔다. 퇴원할때는 퇴원을 축하하는 과일 디저트도 나온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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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후임자에게 인계를 대충 해놨지만 업무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라 병원에서도 일을 조금씩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탄탄한 후임자가 와서 스트레스 받는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는데 회진할 때마다 노트북으로 일하고 있으니 교수님께서 제발 쉬라고 하셨다.
ERCP 이후에도 등에 아주 조금 통증이 있었다. 시술이 잘 됐는지 걱정했는데 교수님이 시술은 잘 됐고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주셨다. 계속 통증을 호소하면 한번은 회진 때 유머를 전해주고 제가 웃기 시작하면 시술이 잘 안 돼서 췌장 쪽에 문제가 남아 있으면 웃을 수도 없지만 웃을 수 있는 걸 보면 문제가 없다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등 통증도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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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액을 쳐보면 수액이 들어가는 부위가 붓거나 조금만 만져도 아플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간호사 선생님께 요청해 수액의 위치를 바꾸고, 부은 부위는 얼음찜질을 열심히 해주기 때문에 4~5시간 뒤 대부분 진정됐다. 수액의 위치를 바꾼다고 했을 때 샤워를 한 번만 하고 오겠다며 샤워 후에 찔렀다. 아~~ 정말 시원했어. ㅜㅜ 수액이 닿는 장소를 바꿀 때 샤워하면 별도의 방수테이프 없이도 샤워가 가능해서 좋았다. 다만 수액을 붓고 샤워하려면 방수 테이프를 붙여야 하는데 그럼 씻을 때 조금 불편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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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수액을 받고 밥도 먹다 보니 붓기도 붓고 체중도 늘어나 퇴원했다. 5월 19일에 무사히 퇴원!5월 13일부터 일주일 가까이 병원 신세를 졌다.임산부라 부모님 걱정은 말로 할 수 없었고 지인들도 걱정해 빨리 낫기를 응원해줬다. 모두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
간 수치는 높이에서 정상으로 향하고 있어 완전히 정상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해 퇴원할 수 있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떠올렸다. 의료진분들의 노력과 배려 덕분에 불안감을 크게 줄이고 회복에 집중할 수 있었다.이재민 교수를 비롯한 65병동 소화기내과 의료진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응급시술 후 산부인과 협진을 통해 지속적으로 아기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었다. 2시간 동안 내동검사도 하고 하루 뒤 초음파검사도 하는 등 아기의 상태가 괜찮다는 것을 계속 확인할 수 있어 조금 더 마음이 편해졌다. ERCP 시술 경험담을 이야기하다 보니 그 과정은 따로 다 넣을 수 없었고 마지막에 한꺼번에 언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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